모피 코트 경멸하고, 평수 비교 안 하는 사회 만들자

"모피 코트 경멸하고, 평수 비교 안 하는 사회 만들자"

[인터뷰] 철학 대안학교지혜학교김창수 이사

기사입력 2009-06-13 오전 6:50:34

    이명박 대통령의 소통 부재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철폐, 미디어법 개정, 4대강 정비 사업, 용산 참사,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이르기까지. 최근 잇따라 발표된 교수 선언은 한결같이 500만에 달한 노 전 대통령 추모 인파가 곧 독주하는 이명박 정부의 자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의 반응은에 가깝다. 지난 6·10 민주항쟁에서 이 대통령은 여전히 경제 위기와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는 기존 논리를 반복했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를 두고 반드시 정부 탓만 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킨 것은 바로 국민 아니냐는 논리가 그렇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구호 하나에 그를 찍지 않았냐는 상호 비방, 혹은 자조가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김창수 지혜학교 법인이사 역시 "이명박 같은 사람이 나온 것은 우리 국민의 잘못"이라며 "물질만능주의라는 광기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김창수 이사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짓는 기준이 이성적으로 고민을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의 우리 사회는 본능과 물질에 빠져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본격적인 철학 학교를 세우기로 결심한 계기도 이런 판단에서 비롯됐다. 2010 3월 개관을 목적으로 준비 중인 지혜학교. 지난 5월 광주광역시로부터 설립승인을 받은 이 학교는 중고등학교 6년 과정을 통합한 철학 대안 학교다.

요즘 김창수 이사는 학교 준비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학교를 세울 장소로 광주시 구 본량중학교 부지를 선정하고 전임교사 12명에 강사 12, 24명의 교사를 섭외했다. 심혈을 기울인 세부 교육 프로그램도 대략 윤곽이 나와 있다. 대부분이 준비된 상황이다. 13일 열리는 지혜학교 창립대회는 학교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8, 김창수 이사를 <프레시안> 사무실에서 만나 지혜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김창수 씨는 현대 사회가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지혜학교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김창수 : 지혜학교는 쉽게 말하면 철학학교다. 인간이라는 종도 생물 진화의 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나의 지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본다면 한 생명체로 다른 생명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종보다 더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른 생명체와 비교해서 생존이라는 단순 개념 이외에도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인간에겐 있다. 다시 말해 본능, 식욕, 성욕만을 충족시키는 생명이 아닌 주위와의 상생과 화합을 생각하며 이성적 사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겐 있다는 것이다.

그처럼인간으로서 더 진화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발로가 지혜학교다. 아이들에게 좀 더 자기 성찰과 다른 세계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생각이다.

프레사안 : 기존 대안학교와 지혜학교의 차이점을 꼽자면.

김창수 : 우선 대안학교와 일반학교의 차이는 일반학교가 아이들의 욕망을 제도와 권위주의로 억누른다면 대안학교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게 한다는 점이다. 일반학교에서 하고 있는 것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대안학교는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고 하기 싫은 건 시키지 않는 것은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크게 다를 게 없음을 드러낸다. 대안학교와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것도 참아야 한다는 점을 가르친다는 점이다.

 

▲ 김창수 씨는 현재의 물질만능주의 사회를 교육을 통해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혜학교는 그런 생각을 구체화한 학교다. ⓒ프레시안

프레시안 : 지혜학교에서 추구하는 교육관은 무엇인가. 철학을 아이들에게 가르침으로서 아이들의 세계관 정립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인가.

김창수 : 어느 정도 맞다. 인간은 스스로 잘 먹고 잘 살자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생명을 해치면서 잘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묻고 싶다. 인간이 진정으로 발전하고 진화하려면 자신 이외의 것과 조화를 추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사회는 소비적 욕망, 자극의 욕망으로 구성되어 버렸다. 이것이 지금의 우리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나 이외의 것은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것이 잘못됐고 저것이 옳다는 식으로 가르칠 순 없다. 다만 그들에게 인생은 하나의 생물학적 존재로 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려 한다.

"누가 더 배불리 먹여줄지 따지다가이명박 정부를 낳았다"

프레시안 : 신자유주의가 추진되면서, 점차 사람들의 머리에는 조화 대신 경쟁과 욕망만이 남은 듯하다.

김창수 : 신자유주의는 간단하다. 이익이냐 불이익이냐, 효율이냐 비효율이냐. 하지만 그것은 동물적이다. 생각해봐라. 신자유주의의 윤리적 기준이 이익이라고 한다면 이는 정글의 법칙이다.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이 부분을 벗어나기 위해선 소극적으로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근대 이후 현재까지 자본주의가 체제 경쟁에서 이겨왔다. 자본주의는 매혹적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을 찾고 행복을 찾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 이러한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철학을 바꿔야 한다. 자연이라는 것은 인간 목적을 위한 도구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하늘이 하늘을 먹인다는 말이 있다. 최소한을 소비하는 사회, 그리고 그것이 자랑인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모피 코트를 경멸하는 사회, 아파트 평수가 넓은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음 한다. 그것을 위한 첫 발이 지혜학교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러나 지금의 한국 상황을 보면 그러한 물질주의가 팽배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창수 : 맞는 말이다.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본능에 충실한 것만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명박 같은 인간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누가 우리를 더 배불리 먹여주고 잘 살게 해줄 것인가 만을 생각하고 따진 것이다. 결국 이명박 같은 사람을 선출한 우리의 잘못이다. 나치도 대중들이 선택한 것 아닌가. 광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부분을 교육을 통해서 한번 바꿔보자는 생각이다.

 

▲ 지혜학교는 내년 3월에 개원을 목표로 준비되고 있다. ⓒ프레시안

"중·고등학교 통합, 졸업 전 논문으로 생각 정리하는 교육"

프레시안 : 지혜학교는 내년 3월에 개원을 목표로 준비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준비가 잘 되어가고 있는가?

김창수 : 얼마 전 폐교인 구 본량중학교를 할부로 매입했다. 한 고비는 넘긴 셈이다. 처음엔 특별히 학교를 생각하고 준비하진 않았다. 다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몇 년간 모여 공부도 하고 논의도 하던 중, 작년에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공부와 수행만을 할 것인가,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등의 고민을 하게 됐다. 만나는 사람들이 진보적인 성향인지라 아무래도 학문과 수행이 일로서 통일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이사회 5, 수도회 8명이 모여 구체적인 학교 건립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철학과 교수, 대학원 학생 등이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세웠다.

프레시안 : 지혜학교에서 계획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궁금하다. 간략하게 설명을 해달라.

김창수 : 중고등학교 과정을 통합해 1학년에서 6학년까지로 구분했다. 1~2학년 때는 기존 철학 세계관에서 구속됐고 헷갈렸던 부분을 아이들 스스로 들여다보고 풀어볼 수 있도록 교육할 생각이다. 3~5학년 때는 본격적인 철학 교육이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마지막 6학년 때는 그동안 배운 것을 종합해 자신의 생각을 논문으로 정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물론 특정한 과목에 대한 어려움이 있기는 하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을 때 불안해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세부적인 과목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일깨워줄 우선적 과제는 자기실현이다. 이것이 지혜학교의 주 교육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자신 이외의 다른 세계를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그는 역사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단계에서 모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모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프레시안

"무게의 중심추를 옮기자"

프레시안 : 일반 학교의 경우, 영어나 수학 등 제도권 대학을 가기 위해 필요한 과목들을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지혜학교에는 아이들이 졸업 이후 대학이나 다른 일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가.

김창수 : 지혜학교에서는 영어와 한문만을 제대로 가르치려고 하고 있다. 세부적인 계획을 짜진 않았지만 한 명의 영어 강사가 6년간 교육 프로그램을 짜서 6년 뒤에는 바로 미국에 가더라도 어학연수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한문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이유는 동양에서의 좋은 책은 한문으로 되어 있고 서양에서는 영어로 되어 있다. 아이들이 졸업 후 제대로 된 책을 고르고 읽을 수 있도록 어학에 신경을 쓸 예정이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창수 : 역사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단계에서 모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모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필요는 하지만 충분하진 않다. 현재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관심 자체가 맛있는 것을 먹는 것에, 이성을 만나 성적인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서 벗어나 책을 읽고 사색하는 것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게의 중심추를 다른 쪽으로 옮기자는 이야기다. 유럽 사회를 보니 그런 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라고 그걸 못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걸 위해 지혜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허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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