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북스조선 기사)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말콤 글래드웰 지음|김태훈 옮김
김영사|432쪽|1만5000원

우리는 보통 천재성이 조숙성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젊음의 신선함과 열정에서 뛰어난 창의성이 나온다고 여긴다.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오손 웰스는 25세 때 불후의 명작 ‘시민 케인’을 만들었다. 허먼 멜빌은 20대 후반부터 ‘백경’을 집필하기 시작해 32세에 탈고했다. 그러나 ‘아웃라이어’ ‘블링크’ 등의 저서로 유명한 미국 언론인 말콤 글래드웰은 신작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에서 조숙성이 천재성의 필수조건은 아니라고 말한다.

피카소는 20세에 화려하게 데뷔, 26세에 그린 ‘아비뇽의 처녀들’을 비롯한 다수의 명작을 남겼다. 그러나 세잔은 달랐다. 파리 오르세미술관에 전시된 그의 최고 작품들은 모두 말기에 그려진 것이다. 두 화가의 작품이 경매에서 팔린 가격과 그린 나이의 상관관계를 따져봤더니 피카소의 경우 20대 중반에 그린 작품들이 60대에 그린 작품보다 평균적으로 4배 비쌌다. 반면 세잔은 60대 중반에 그린 작품들이 젊은 시절에 그린 작품들보다 최대 15배나 비쌌다. 그는 대기만성형 예술가였던 것이다.

로이터글래드웰의 이번 저서는 1996년부터 미국 유명 주간지 ‘뉴요커’에서 기자로 일하며 게재했던 글 중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간의 충동과 관련해 흥미롭고 색다른 이야기를 가려내 재구성했다. 모두 19개의 독립된 글을 세가지 범주로 나눠 싣고 있다. 1부는 글래드웰이 ‘마이너 천재’라고 부르는 외골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은 아인슈타인이나 넬슨 만델라처럼 세계사에 우뚝 선 위인이 아니라 ‘염색한 것일까요, 아닐까요? 진실은 미용사만 알 수 있습니다’라는 유명한 카피를 쓴 셜리 폴리코프 같은 사람들이다.

2부는 사회현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관한 내용이다. 노숙자 문제나 회계 부정, 챌린저호 폭발 같은 재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그 일에 직접 관여한 사람들의 생각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3부는 타인을 판단하는 일의 허(虛)와 실(實)을 파헤치고 있다. 우리가 타인에 대해 나쁘다, 똑똑하다, 유능하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What The Dog Saw)’는 개 심리학자이자 개 조련사인 시저 밀란이란 인물을 다룬 글에서 따왔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방송되는 ‘도그 위스퍼러’의 진행자인 밀란이 광폭한 개를 온순하게 만드는 과정을 관찰하다가 “밀란이 마술을 부릴 때 개의 머릿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즉 그 개가 본 것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면서 이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개를 다루는 밀란의 동작을 정교하게 묘사한 글에는 조지 부시의 몸짓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동작분석가들은 몸짓의 흐름이 좋은 빌 클린턴이나 로널드 레이건과 달리 부시는 2006년 연두교서를 발표하는 내내 기계적으로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고 지적한다. 중요한 순간에 매번 그러하듯 부시는 눈을 찌푸리고 한 곳을 바라보며 상체를 흔들었다. 이런 그의 표정과 몸짓, 시선 때문에 사람들은 부시에게서 철들지 않은 소년 같은 인상을 받는다는 것이다.

글래드웰의 이번 신간은 앞선 저서들과는 달리 일관된 주장이나 특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지 않다. 책의 재미는 저자의 왕성한 호기심과 재기발랄함을 발견하는 데 있다. 그는 유방 엑스선 사진을 들여다보는 방사선과 의사를 접하면서 갑자기 중앙정보국에서 위성사진을 판독하는 사람들도 이 의사들과 비슷한 문제를 겪을 것이라 떠올려 ‘이미지 판독의 허점’이란 글을 쓴다. 시시콜콜한 의문들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독창적으로 엮어내는 글래드웰의 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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